여자 축구에 더 많은 패션 모먼트가 필요한 이유
역사적인 여자 월드컵을 앞둔 지금, 남자 팀들은 Dior와 Off-White를 입는다. 여자 축구 역시 패션계의 다음 대형 블루오션이 될 잠재력을 품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여성 스포츠의 부흥은 여러 리그와 단체를 세계적인 주목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새로운 팀 창단에 자금이 투입되고, 대중의 시선 속에서 활약하는 여성 선수들에 대한 새로운 수요도 형성됐다.
이 같은 주목은 야구와 하키 같은 종목이 수십 년 만에 첫 주요 프로 리그를 출범시키는 계기가 됐고, Angel Reese와 Trinity Rodman 같은 선수를 스타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제 스포츠계의 여성은 예외가 아닌 일상이 됐다. 동시에 특히 문화적 측면에서 남녀 스포츠 사이의 격차도 더욱 선명하게 부각됐다.
여자 축구를 남자 축구와 견주는 일은 흔히 진부하고 시대착오적인 시선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패션, 혹은 그 부재를 이야기할 때만큼은 이 비교가 타당하다. 남자 축구에서 패션은 이제 스포츠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한때 선수와 팀이 가볍게 즐기던 영역에서 출발해 성장한 결과다. 럭셔리 포멀웨어 파트너십, 브랜드 앰배서더이자 스타일 인플루언서로 자리매김한 선수들, 선수들의 옷차림을 다루는 수많은 미디어 플랫폼은 축구를 세계에서 가장 패셔너블한 스포츠로 굳혔다. 여자 축구는 아직 이 타이틀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남자 선수들은 패션 위크 쇼장의 프런트 로를 지키는 단골이 됐고, Balenciaga와 Louis Vuitton, Gucci 등 세계적인 브랜드 및 럭셔리 레이블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SKIMS, Calvin Klein, Burberry의 캠페인 모델로도 나선다. 패션 업계에서 이들의 존재감은 늘 뚜렷하지만, 여자 선수들에게서 같은 존재감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지금 모든 브랜드가 축구에서 가장 큰 영감을 얻고 있지만, 여자 축구에는 판도를 바꿀 만한 패션 순간이 절실하다. 2026 월드컵을 앞두고 주요 브랜드와 유니폼 제조사들은 킥오프 1년 전부터 컬렉션, 협업, 팝업을 예고하기 시작했다. 선수 개개인을 위한 룩부터 팬 컬렉션까지, 경기장 안팎에서 누구나 스타일리시하게 자신의 나라를 응원할 수 있는 제품이 마련됐다.
브라질에서 열리는 여자 월드컵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같은 열기는 어디에 있는가. 전 세계 관객에게 닿았던 여자 축구의 몇 안 되는, 그리고 마지막 인상적인 패션 순간은 거의 4년 전인 2023년 월드컵에서 나왔다. 미국 여자 대표팀의 기준으로 보면 이른 탈락과 다소 기대에 못 미친 경기력이었지만, 그 대회에서 가장 잘 입은 팀이 어디였는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미국 대표팀은 Nike와 Martine Rose와 손잡고, 지난 여자 월드컵에서 공식 포멀웨어 파트너를 둔 몇 안 되는 팀 가운데 하나가 됐다. 맞춤 제작한 Martine Rose 수트와 스포티한 선글라스, 높은 인기를 얻은 Nike Shox MR4 뮬을 착용했다. 이 룩을 능가한 사례는 아직 없으며, 3년이 지난 지금도 경쟁이 거의 없는 만큼 한동안은 그 자리를 지킬 듯하다.
남자 월드컵에서는 각 팀이 자국의 럭셔리 디자이너와 협업해 국가별 맞춤 룩을 만들고 저마다의 스타일을 뽐낼 수 있다. 반면 여자 월드컵은 오랫동안 기성 트레이닝복과 스니커즈 일색이었다. 이는 바뀌어야 한다. 내년 대회에 2026년 대회와 같은 대우를 하는 데서 변화는 시작된다.
여자 축구의 패션 위기는 국제대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클럽 차원에서도 리그와 선수, 심지어 같은 클럽의 남녀 팀을 비교해 보면 협업과 패션 파트너, 자기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부족한지 여실히 드러난다.
주요 남자 팀 대부분이 포멀웨어 파트너를 두고 있지만, 그 파트너십이 여자 팀으로 확대되는 경우는 드물다. Barcelona, Real Madrid, AC Milan은 각각 AMIRI, Louis Vuitton, Off-White와 협업하는 예외적인 사례다. Jonathan Anderson이 여자 축구 팀과 어떤 작업을 선보일지 기대되지만, Paris Saint-Germain과 Dior의 파트너십은 남자 팀에만 적용된다. Manchester City와 C.P. Company의 계약도 마찬가지다.
많은 팀이 남성복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어, 여자 팀까지 파트너십을 확대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자 팀에는 포멀웨어 파트너는 물론 패션 파트너 자체가 없다. 그렇다면 패션계가 여자 축구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 답은 수십 년간 이어진 억압과 여성혐오, 그리고 스포츠의 성장을 가로막은 금지 조치가 남긴 지속적인 여파 속에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여자 축구가 패션에 관한 한 스스로의 규칙을 만들어가고 있다.
NWSL은 남자 팀에 얽매이지 않고, 대표해야 할 100년 이상의 클럽 역사도 없다는 점에서 늘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 즐겁고 거침없으며, 지극히 미국적이다. 이 리그는 터널 워크를 도입하고 리그 전체의 협업에도 나서며, 선수와 팬이 리그의 스타일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디자이너 Domo Wells와 그의 브랜드 Dead Dirt가 함께한 NWSL의 초기 패션 협업 중 하나가 올해 초 공개되며, 앞으로의 디자인 방향을 제시했다. Washington Spirit에서 맡았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 작업을 확장한 Wells는 리그 14개 팀 모두를 위한 니트 저지를 제작해 관중석의 팬웨어와 패션을 새롭게 정의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리그와 협업한 첫 디자이너는 Wells이지만, NWSL이 계속 성장하는 만큼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리그의 몇몇 팀은 이미 주목할 만한 패션 및 뷰티 파트너를 두고 있다. ALIGNE와 Gotham FC의 협업, Angel City와 Pacsun 및 Anthropologie의 파트너십이 대표적이다. 출범한 지 겨우 10여 년 된 NWSL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 높은 여성 스포츠 프랜차이즈들을 보유하고 있다. 여성 스포츠에 공을 들이면 얼마나 높은 시장성을 지닐 수 있는지, 더 오래된 리그와 클럽, 조직에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여자 축구에는 패션 측면에서 아직 발굴되지 않은 잠재력이 많다. Jaedyn Shaw부터 Melvine Malard까지, 가장 패셔너블한 여성 운동선수 가운데 일부가 이 아름다운 경기를 뛰고 있다. 이들은 남자 축구 선수들처럼 패션 위크 프런트 로에 앉고 주요 캠페인을 이끌며 이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막 싹트는 여자 축구와 패션계의 관계에는 여전히 발견할 것이 많다.
여자 축구와 하이패션 사이의 간극은 좁혀지고 있지만, 아직 진행 중인 과제다. 터널 워크를 기꺼이 실험하는 NWSL과 전 세계 선수들의 한층 활발해진 창의적 자기표현을 중심으로, 축구와 스타일 표현이 불가분의 관계로 연결되는 새로운 청사진이 쓰이고 있다.
여성 스포츠의 상업적 가치는 계속해서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제 패션 업계는 더 이상 그라운드를 외면할 수 없다. 2027 여자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그 변화가 늦지 않게 찾아오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