웻 레그 리안 티즈데일이 말하는 명성, 스타일, 그리고 록 스타
“사랑하지 않는다면, 굳이 할 이유가 없죠.”
리안 티즈데일을 떠올릴 때 펩토비스몰 핑크 헤어와 작은 옷들, 그리고 단연 그의 팔을 빼놓을 수 없다. 웻 레그의 프런트우먼은 무대에서 이두박근을 과시하며 무표정한 농담부터 노골적인 표현까지 오가는 가사를 노래하는 모습을 하나의 트레이드마크로 만들었다. 자신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티즈데일 특유의 록 스타 이미지를 이루는 요소다. 하지만 무대 밖의 그는 훨씬 덜 위압적이다.
‘Rotisserie Chicken’ 문구가 새겨진 검은색 Praying 후디와 찢어진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티즈데일은 처음에는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후드 아래로는 그의 시그니처인 버블검 핑크 헤어가 살짝 보이고, 조용하고 부드러운 말투는 무대 위 모습과 거의 정반대다. 질문을 다시 들려 달라고 하기도 하고, 답을 망설이며 다시 생각하기도 하며, 정말 하고 싶은 말을 정하기까지 충분히 시간을 들인다. 파워 포즈와 거리낌 없는 미소, 직설적인 가사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무대 페르소나를 지닌 사람에게는 어울리는 모순이다.
2021년 밴드의 브레이크아웃 싱글 ‘Chaise Longue’가 발표된 뒤 티즈데일은 인디 록 신에서 가장 알아보기 쉬운 프런트우먼 중 한 명이 됐다. 이제는 상징적인 가사인 “엄마, 아빠, 날 봐 / 학교에 가서 학위도 땄어 / 내 친구들은 모두 그걸 ‘빅 D’라고 불러”는 진지함과는 거리가 먼 유머 감각으로 밴드를 알렸고, 티즈데일의 퍼포먼스 스타일은 음악에 분명한 날을 더했다.
티즈데일과 기타리스트 헤스터 체임버스가 결성한 밴드에는 현재 조시 모바라키, 엘리스 듀랜드, 헨리 홈스도 함께한다. 인디 신의 신예였던 이들은 이제 그래미와 브릿 어워드 수상자가 됐고, 열성적인 팬층을 얻는 동시에 피할 수 없는 온라인 논쟁도 겪었다. ‘남성 퇴치형’부터 ‘업계가 만들어낸 아티스트’까지 온갖 수식이 따라붙었지만, 티즈데일은 대체로 그런 소음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대신 그는 자신만의 록 스타상을 만들어 왔다.
도발적인 의상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무대 위는 가끔 믿을 수 없을 만큼 더워요. 그래서 핫팬츠와 비키니 톱을 평소 의상 로테이션에 넣은 건 정말 순전히 실용적인 이유였어요. 수많은 사람 앞에 선다는 건 낯선 일이니까, 어느 정도 유니폼이 있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무대 의상을 고르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와 정신적 여유를 써야 하는 날도 있잖아요.” 이 논리는 놀랄 만큼 단순명료하다. “그리고 비키니 톱과 짧은 쇼츠는 아주 작은 공간에도 정말 많이 들어가요. 그러니 이것도 역시 아주 실용적이죠.”
티즈데일과 패션의 인연은 록 스타 유니폼보다 앞선다. 다만 그는 자신을 특별히 패션에 열광하는 사람이라고 부르기는 꺼린다. 영국에서 자란 배경을 분명히 드러내며 그는 웃는다. “15~16살 때 패션에 빠져 있었다고 하긴 어렵지만, 옥스퍼드 스트리트에 있던 큰 Topshop 있잖아요. 그때는 거기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 같았어요!”
실용성과 불손함이 결합된 이 감각은 티즈데일의 최신 패션 프로젝트를 더욱 자연스럽게 만든다. 베를린 기반 레이블 Namilia와 함께한 새 캡슐 컬렉션에서 그는 “엄지손가락 구멍과 후드가 있었으면 했어요”라는 식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했다. 완성된 컬렉션은 셀러브리티 브랜딩의 결과물이라기보다 그가 이미 스스로 구축해 온 옷장의 연장선에 가깝다. 한편 Namilia는 여성성을 더 도발적인 영역으로 밀어붙이며 명성을 쌓아 왔다. 얌전히 굴 생각이 별로 없는 두 세계가 만났다는 점에서 이 협업은 더없이 잘 어울린다.
‘Chaise Longue’ 이후 웻 레그의 음악은 상당히 변화했다. 두 번째 앨범 Moisturiser는 전작보다 부드럽고 로맨틱하며, 끈적하게 달콤한 러브송과 진솔한 취약함의 순간들, 물론 적지 않은 수위 높은 가사까지 담고 있다. 다만 티즈데일의 송라이팅 과정은 여전히 본능적이다.
“멜로디를 생각할 때 가사가 어렴풋이 나와요. 뜻 없는 소리나 웅얼거림, 모음 소리를 내며 부르다 보면 가끔 그 소리가 문장이나 단어처럼 들리기 시작하죠. ‘Angelica’도 그렇게 시작됐어요. 음절과 단어가 그냥 딱 맞아떨어졌죠. 작은 퍼즐 같아요.” 그는 올여름 초 발매된 Moisturiser 디럭스 에디션에 수록된 이 곡의 데모 버전에 특히 애착을 느낀다. “사실 그걸 디럭스에 넣은 게 조금 후회돼요.” 그가 털어놓는다. “손대지 말고 그 상태 그대로 앨범에 실었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너무 완벽한 곡이고, 정말 솔직한 녹음이니까요.”
디럭스 에디션에서는 The Dare, horsegiirL, Fontaines DC의 DJ들을 비롯한 아티스트들이 웻 레그의 곡을 리믹스했다. 오랫동안 함께해 온 곡의 통제권을 내려놓는 일에는 티즈데일에게 설레는 면이 있다. “정말 멋진 누군가가 곡을 완전히 부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걸 보는 건 근사하죠.”
같은 신에서 활동한다는 점 외에 이 협업들이 어떻게 성사됐느냐는 질문에, HorsegiirL의 경우는 그저 직접 물어본 것이 전부였다고 답했다. “정말 열렬한 팬이라 DM을 보냈는데, 좋다고 하더라고요. 몇 주 뒤에 완성된 트랙을 보내왔는데, 정말 멋졌어요.”
타인의 해석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태도는 음악 밖에서도 이어지는 듯하다. 티즈데일은 록 스타가 마땅히 보여야 한다고 정해진 모습에 자신을 맞추는 데 별 관심이 없어 보였고, 애초에 누군가를 록 스타로 만드는 조건에 대해서도 같은 만큼 유연하게 정의한다.
“Zara Larsson은 진정한 록 스타예요. 정말 멋지고, Charli XCX도요. 사람들은 그들을 팝 걸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 둘 다 될 수 있어요. 팝 걸이면서 록 스타일 수도 있죠.” 티즈데일에게 이 타이틀은 가죽 바지나 특정한 태도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 유니폼이 아니라 존재감처럼, 보다 손에 잡히지 않는 무언가다.
어쩌면 그 때문에 밴드가 인디 신의 신예에서 그래미와 브릿 어워드 수상자로 옮겨가는 동안에도, 티즈데일의 음악 제작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밴드의 다섯 명이 아주 오래전부터 서로를 알아 왔기 때문에, 그런 모든 소음과 자신을 분리하기가 더 쉬운 것 같아요.” 그의 말처럼 수상 경력은 창작의 계산식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뭔가를 만들고 있다면, 오히려 외면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인정받는 데서 오는 분명한 만족감에도 불구하고, 티즈데일에게 “시상식이라는 건 너무 거창한 쇼 같고, 꼭 아티스트를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결국 “실제 창작 과정과는 완전히 별개의, 밴드 활동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런 약간의 불손함, 그리고 무엇이든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는 티즈데일답고 꽤 록앤롤스럽다.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간단히 답한다. “뭘 그렇게 서두르죠?” 이어 특유의 직설적인 말투로 덧붙인다. “그래요, 그만둬요. 사랑하지 않는다면 굳이 할 이유가 없죠. 음악을 만들면서 즐거워야, 다른 사람도 들으며 즐길 가능성이 커져요.”
어쩌면 이것이 웻 레그가 사랑받는 이유를 가장 간단히 설명해 준다. 이 밴드는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크게 얽매여 보인 적이 없고, 티즈데일 역시 전형적인 스타의 역할을 연기하는 데 관심이 없다. 이제 그 에너지는 캡슐 컬렉션과 베를린 팝업을 통해 물리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Namilia로 향하고 있다. 장난기 어린 가사와 작은 옷, 아주 탄탄한 이두박근을 중심으로 하나의 페르소나를 구축해 온 그에게 이는 완벽한 다음 행보처럼 보인다.
팝업 전시는 9월 15일부터 29일까지 베를린 KaDeWe에서 열리며, 컬렉션은 Namilia 웹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