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 이슈: 최적화와 해체
하입배의 ‘보디 이슈’는 최적화가 패션 이미지에 스며드는 양상을 살피고, 신체 재구성이 패션의 레퍼런스로 부상한 이유를 짚는다.
2024년 독립 디자이너 Namilia는 베를린 패션위크 런웨이에 심플한 화이트 탱크톱을 선보였다. 그러나 그 위에는 결코 단순하지 않은 문구, “나는 오젬픽을 사랑해”가 새겨져 있었다. 체중 감량 약물을 무분별하게 미화했다며 브랜드를 비판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신선한 풍자로 받아들인 이들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이는 해결되지 않은 채 시선을 떼기 어렵게 만드는, 신체 최적화를 향한 오늘날 패션의 태도를 포착했다.
지난 10년간 패션에서는 특히 테크놀로지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신체 최적화의 흐름이 부상해왔다.
2022년 Gucci의 오우라 링은 럭셔리 웨어러블을 신체 퍼포먼스 추적기로 전환했다. 2025년에는 Coperni가 Meta와 협업해 안경을 착용자의 감각을 확장하는 장치로 만들었다. 이런 파트너십을 거치며 신체는 착용하는 물건을 통해 측정되고 확장되는 데이터 원천으로 새롭게 규정됐다. 동시에 Gentle Monster 등의 캠페인과 리테일 미학은 신체를 기계처럼, 또 테크놀로지와 직접 맞닿아 있는 존재로 제시한다.
패션은 신체 재구성과 수술을 통한 외모 개선에서도 꾸준히 영감을 끌어오고 있다. 이 흐름은 팬데믹 시기, 화면을 매개로 마주하는 자신의 얼굴이 일상의 일부가 되면서 더욱 가속화됐다.
팬데믹의 ‘줌 효과’는 미용 시술 수요를 높였고, 페이스튠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를 디지털 필터가 아닌 현실의 지향점으로 일상화했다. 같은 시기 Balenciaga는 2020년 봄 쇼에서 안면 보형물을 런웨이에 올렸다. 한편 프랑스 레이블 Marine Serre는 SS21 컬렉션을 위해 <아모르 파티(Amor Fati)>라는 제목의 필름을 공개했다. 무균실 같은 실험실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세브달리자와 줄리엣 메리의 실존주의와 자아 발견의 여정을 따른다. 어쩌면 의도치 않게 Marine Serre는 수술로서의 패션, 사이보그로서의 신체라는 감각이 고조되던 순간을 포착했다.
최근 브랜드들은 수술을 상징하는 데서 나아가 이를 직접적으로 묘사하기 시작했다. Natasha Zinko의 SS25 컬렉션 ‘플라스틱’은 모델들에게 수술복을 입혔고, 그중 한 셔츠에는 “당신의 집도의는 누구인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Matières Fécales의 FW26 컬렉션 ‘원 퍼센트’는 오늘날 가장 공개적으로 자기 최적화를 실험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는 브라이언 존슨과, 실패한 미용 시술을 연상시키도록 디자인된 모델들을 함께 캐스팅했다. 이 같은 캐스팅은 런웨이가 최적화 문화를 가감 없이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공간으로 점차 기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미학을 조명하는 동시에 비판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제 패션은 신체 개선의 최종 보스, ‘룩스맥싱’과 마주했다. 룩스맥싱은 2024년 콜린스 사전 올해의 단어 후보에 오른 용어다. 쇄골을 부각한 모습으로 Gucci FW26 쇼에 등장한 클라비큘라, 그리고 얼굴 윤곽을 잡아주는 스컬프 랩을 출시한 보정웨어 브랜드 SKIMS는 이 현상을 둘러싼 열기를 키웠다. SKIMS의 얼굴 윤곽 제품 진출은 한때 ‘의류’와 ‘미용 개입’으로 명확히 나뉘던 제품 범주가 신체를 편집하는 도구의 단일한 연속선 위에서 뒤섞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응답자의 73%는 미용 시술과 체중 감량 약물 같은 신체 개선이 미와 패션의 기준을 ‘크게’ 바꾸고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언어가 크게 작용한다.
한때 ‘셀프케어’는 기분을 나아지게 하기 위해 개인이 하는 거의 모든 일을 가리켰다. 반면 ‘룩스맥싱’은 측정 가능한 결과를 목표로 삼는 구체적이고 게임화된 추구를 뜻한다. 이런 단어가 생기면 사람들은 그 목표를 향해 자신을 최적화하도록 이끌린다.
2009년 Rick Owens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운동은 현대의 오트 쿠튀르다. 어떤 옷차림도 탄탄한 몸을 가졌을 때만큼 당신을 보기 좋게, 또 기분 좋게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그 말에 깔린 인식은 오늘날의 최적화 문화에도 이어진다. 지금 가장 ‘패셔너블’하다고 느껴지는 신체 미학을 묘사하는 말로는 ‘선명하고 눈에 띄게 탄탄한’이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됐다.
GLP-1 계열 약물로 극도로 마른 미학이 한층 쉽게 실현되면서, 조만간 근육질 미학이 패션의 주된 신체 이상으로 자리할 수도 있다. 근육질 실루엣은 최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절제와 자원을 신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중에게 알려진 최적화 실천가의 면면은 한정적이며, 이들을 중심으로 구축된 패션 이미지 역시 마찬가지다. 더 폭넓은 재현이 없다면 서사는 빈약해지고, 결국 장수와 획일성이라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Mugler의 2026년 여름 백 캠페인은 여성 보디빌더 타티아나 오르슬라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와는 다른 모습을 제시했다. 이 캠페인은 그녀가 정의한 방식 그대로 그의 강인함을 기렸으며, 패션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신체를 화면의 중심에 놓았다.
이 캠페인은 Collina Strada의 FW24 ‘스트롱거’ 컬렉션부터 Tilfi의 2026년 ‘비커밍’ 캠페인까지, 자아실현을 향해 나아가는 강인한 여성 뮤즈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기념하는 다른 작업들과도 나란히 놓인다.
패션의 미래에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런 컬렉션과 캠페인 비주얼이다. 규범적 관습을 해체하고, 강인함을 여성성의 표현으로 재구성하며, 더욱 폭넓은 신체와 스타일의 스펙트럼을 아우르도록 재현의 범위를 확장하는 작업 말이다.
이를 위해 Namilia의 ‘나는 오젬픽을 사랑해’ 티셔츠가 풍자인지 옹호인지에 대한 패션계의 결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투명성과, 패션에서 ‘최적화된’ 신체가 무엇일 수 있는지를 확장하려는 창의적 의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