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27, 상류층 소셜라이트를 맞이하다
지난 시즌의 혼란스럽고 난해한 무드를 덜어낸 자리에 세련된 프레피 룩, ‘가십걸’ 스타일, 그리고 신탁 기금과 함께 물려받은 듯한 고급스러운 룩이 채워졌다.
세상이 “부자를 먹어 치우자(eat the rich)”는 분위기로 굳어진 듯하지만, 2027 봄/여름 런웨이는 오히려 “부자를 먹여 살리는(feed the rich)” 접근법을 택했다. 패션 수도 전역의 디자이너들은 귀족주의,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프레피 룩, 그리고 상류층 소셜라이트의 옷장으로 눈을 돌렸고, 은밀한 부(stealth wealth)보다는 완벽한 판타지에 가까운 부의 비전을 제시했다.
몇 시즌 동안 드레스 다운(dressing down)이 이어졌지만, SS27은 드레스업으로의 뚜렷한 회귀를 알렸다. 헝클어진 레이어드, 디스트레스드 디테일, 막 잠에서 깬 듯한 분위기 등 지난 시즌 런웨이를 장악했던 지저분하고 혼란스러운 에너지는 세련된 실루엣, 여성스러운 액세서리, 동네 펍보다는 훨씬 더 배타적인 장소를 위해 디자인된 듯한 옷들로 대체되었다. 이것이 상류층에 대한 찬양인지 아니면 다소 풍자적인 의도인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시몬 로샤의 컬렉션에서 펼쳐진 판타지는 분명한 2000년대 초반의 가십걸이었다. 프레피 룩의 기본 아이템들은 로샤 특유의 로맨틱한 터치를 거쳐, 콘스탄스 빌라드 학교에서 상류층 사교 행사로 옷을 갈아입지 않고 곧장 향하는 블레어 월도프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했다. 스웨터 베스트, 정갈한 스타일링, 그리고 부유층의 의식에 대한 노골적인 매혹과 함께 소녀 시절의 특정한 비전으로 돌아가는 것에는 묘한 향수가 배어 있었다.
한편 코너 아이브스는 무심하게 멋진 옷장과 북부의 여름 별장을 물려받은 듯한 뉴욕 부잣집 아이의 전형에 기대었다. 이번 SS27 컬렉션은 미국 특유의 특권 의식과 프레피 코드를 가지고 놀며, 디자이너 작업의 핵심이 된 불손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의도적으로 보수적인 느낌을 주는 옷장을 제안했다.
신진 디자이너 기 로사는 이 아이디어를 더욱 확장해, 혼란스러운 데뷔탕트 볼(debutante ball)의 스펙터클을 중심으로 자신의 런던 패션 위크 데뷔 컬렉션을 구축했다. 옷들은 샴페인 리셉션, 심야 만찬, 그리고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이 목적의 절반인 사교계 캘린더를 위해 만들어진 듯했다. 이 컬렉션은 캐릭터이자 문화적 화폐로서 부유층을 향한 패션계의 끊임없는 매혹을 건드렸다. 이는 상류 사회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판타지였다.
구찌의 경우, “부잣집 딸(rich girl)” 판타지는 하우스를 향한 뎀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비전을 거쳐 투영되었다. 디자이너는 쇼 노트에서 “구찌는 더 화려한 세계에 속하고 싶은 욕망, 그리고 그 세계를 자신만의 이미지로 만들어내는 대담함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구찌는 본질적으로 열망을 불러일으키며, 럭셔리에 대한 우리의 관념과 그 일부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자극하는 상상의 세계를 제시한다. 폴로 경기에서 영감을 받은 승마복 차림의 모델들이 트위드 수트, 트렌치 코트, 노골적으로 거대한 오버사이즈 선글라스와 함께 등장했으며, 각각의 룩은 초부유층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한 단면을 그려냈다. 이는 돈을 조용히 암시하기보다는 부에 대한 판타지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며, 다른 세상 사람들의 삶(혹은 적어도 패션계가 우리가 상상하길 바라는 그들의 삶)을 엿보게 하는 것에 가까웠다.
이 트렌드가 특히 흥미로운 점은 바로 타이밍이다. 패션이 부에 집착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초부유층을 향한 대중의 여론이 점차 적대적으로 변해가는 시점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문화적 분위기는 생활비 위기, 부의 불평등, 그리고 억만장자 문화에 대한 커져가는 의구심으로 정의된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들은 왜 갑자기 우리에게 대저택을 물려받은 것처럼 옷을 입으라고 요구하는 걸까?
아마도 그 해답은 부자가 되고 싶은 것과 부자처럼 보이고 싶은 것의 차이에 있을 것이다. 패션은 언제나 일종의 현실 도피를 제공해 왔으며, SS27 런웨이는 귀족의 삶을 현실적으로 재현하는 것보다 그 판타지를 파는 데 더 관심이 있어 보였다. 소셜라이트는 하나의 캐릭터가 되고, 사립학교 교복은 코스튬이 되며, 컨트리 클럽은 배경이 된다.
여기에는 풍자적인 요소도 작용한다. 상위 1%처럼 옷을 입는다고 해서 반드시 그들이 되기를 열망하는 것은 아니다. 가십걸이 부를 엔터테인먼트로 전환시켜 맨해튼 엘리트들의 과잉, 드라마, 불합리함을 끊임없이 시청하게 만든 것과 마찬가지로, SS27의 리치 걸은 패션의 전형인 동시에 문화적 전형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의 부에 대한 집착이 찬양일지, 비판일지, 아니면 단순한 현실 도피일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