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far SS27, 뉴욕이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인 이유를 증명하다
파리 패션위크를 브루클린으로 소환한 Telfar는 이번 시즌 커뮤니티가 런웨이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Telfar Clemens는 뉴욕에 관한 근본적인 진리를 늘 꿰뚫어 보고 있었다. 진짜 패션은 월스트리트나 미드타운 마천루의 굳게 닫힌 문 뒤가 아니라, 바깥 아스팔트 위에서 탄생한다는 사실 말이다. 2027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Telfar는 기업의 관습을 뒤집고, 전형적인 오피스 테일러링과 스트리트웨어를 전복시키며 중대한 질문을 던진다. “가치는 누가 결정하는가?”
이번 시즌 뉴욕을 떠나 파리에서 쇼를 개최할 것처럼 대중을 감쪽같이 속였던 Clemens는 사실 브루클린으로 런웨이를 소환했다. 대규모 샘플 세일 오픈과 동시에 진행된 이번 컬렉션을 통해, 뉴욕이 가장 사랑하는 이 브랜드는 패션을 다시 한번 민주적이고 커뮤니티 중심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수트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쇼의 포문을 연 이번 컬렉션은 전통적인 격식을 과감히 벗어던진다. 테일러링은 스트리트 감성으로 재설계되었으며, 의도적으로 잘못 입은 듯한 느낌을 요구하는 인사이드 아웃 마감으로 완성되었다.
낮의 고된 업무가 밤으로 저물어가며, 오피스 룩은 Telfar의 미학에 충실한 한층 야생적인 본능에 자리를 내어준다. 사무용 스캐너에 가죽을 긁어내듯 스캔해 픽셀화된 카무플라주 레오파드 및 스네이크 프린트를 완성하고, 이를 얇게 비치는 셔츠와 베이비 티셔츠 위에 입혔다. 어느 방향으로든 착용 가능한 십자 형태의 대칭형 ‘Cross-T’와 2000년대 초 뉴욕의 삐삐 문화를 오마주한 ‘Skew-T’ 등, Telfar의 시그니처인 구조적인 티셔츠 라인이 단연 돋보인다.
Telfar의 가장 급진적인 실험은 소재 선택에서 드러난다. 스크린 프린트 잉크로 ‘가죽’ 질감을 구현하는 비용이 실제 가죽만큼이나 비싸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들은 오히려 그 발상의 전복을 역이용했다. 뒤집힌 플리스를 빗질해 캐시미어급 카디건을 만들고, 낡은 스웨트셔츠를 덧대어 모터사이클 룩에 어울리는 든든한 갑옷처럼 탈바꿈시킨 것이다.
프레젠테이션은 암전과 함께 막을 내렸고, 바닥에 끌릴 듯한 길이의 울 블랭킷 코트와 바시티 슬리브의 조합이 마지막으로 등장했다. 이는 코트 안에 매치한 메탈릭한 체인 장식 이너웨어의 중심을 완벽하게 잡아주었다. 또한, 지극히 Telfar다운 방식으로 라인업 사이로 미스터리한 백의 실루엣이 살짝 모습을 드러냈는데, 내년 출시 예정이라는 점 외에는 별다른 단서가 제공되지 않았다. 언제나 우리를 이토록 기분 좋은 긴장감 속에 빠뜨리는 브랜드는 Telfar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