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선보인 2027 봄/여름 파리 패션 위크 베스트 쇼
안리아레이지의 25주년 컬렉션부터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열린 마티에르 페칼의 역사적인 런웨이까지.
2027 봄/여름 패션 위크가 사랑의 도시 파리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파리 패션 위크 캘린더에는 67개의 쇼와 34개의 프레젠테이션이 이름을 올렸다. 럭셔리 하우스들이 몰입감 넘치는 쇼케이스를 선보이고, 신진 브랜드가 쇼룸을 열고 시내 곳곳에서 리시(re-see) 행사를 개최하는 등 쇼 게스트와 패션 팬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이번 시즌에는 꾸레쥬(Courrèges)의 드류 헨리와 까르벵(Carven)의 카이 네셀라트가 데뷔 무대를 가졌으며, 안토니 바카렐로가 10년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이끌었던 생 로랑(Saint Laurent)의 마지막 쇼도 함께 공개되었다. 사카이(Sacai), 에스터 마나스(Ester Manas), 크리스토퍼 에스버(Christopher Esber)도 캘린더에 복귀했으며, 지난 2026 가을/겨울 시즌 로마에서 쇼를 선보였던 발렌티노(Valentino) 역시 파리로 돌아왔다.
파리 패션 위크는 마티에르 페칼(Matières Fécales)이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사상 첫 런웨이를 열고, 안리아레이지(Anrealage)가 색상과 색조가 변하는 전자 종이 비늘을 활용한 25주년 기념 컬렉션을 공개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한편, 디젤을 떠나 메종에만 집중하게 된 글렌 마틴스(Glenn Martens)가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로 캘린더에 복귀했다.
2027 봄/여름 파리 패션 위크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쇼를 확인해 보고, 밀라노 패션 위크 요약본도 함께 살펴보자.
마티에르 페칼
2027 봄/여름 시즌, 마티에르 페칼은 브랜드 최초로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런웨이 쇼를 개최하며 이민자들과 소외된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를 무대에 올렸다. 디자이너 스티븐 라지 바스카란과 한나 로즈는 극부유층을 비판했던 지난 시즌에 이어, 디자이너들의 지인들을 포함한 99명의 유색인종 모델과 함께 ‘99퍼센트(Ninety Nine Percent)’ 컬렉션을 선보였다. 몬트리올의 저소득층 주택에서 보낸 바스카란의 유년 시절은 이번 컬렉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깔끔한 화이트 테일러링과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과 협업한 힐 플립플롭부터 거친 펑크 느낌의 밀리터리 룩까지 다양한 룩이 런웨이를 수놓았다. 쇼의 마지막에는 모델들이 기괴할 정도로 사실적인 억만장자 피규어를 들고 기념비 주위를 돌았다.
메종 마르지엘라
밀라노에서의 마지막 쇼를 끝으로 디젤에서 물러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글렌 마틴스는 메종 마르지엘라에 온전히 집중하며 가정집의 일상적인 의식에 하우스 특유의 해체주의를 더했다. 브랜드는 며칠 전 찌그러진 은 주전자 영상을 통해 컬렉션의 방향성을 암시했으며, 그와 동일한 납작한 은 장식은 심플한 화이트 드레스에 등장해 이번 시즌의 핵심 피스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컬렉션의 진가는 우먼스웨어에서 발휘되었는데, 70년대 식탁에서 막 꺼낸 듯한 유광 레트로 플로럴 패턴의 스커트와 드레스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슴 부분이 벌어지며 뉴트럴 컬러의 레이어드가 드러나는 룩이 있는가 하면, 은빛 꽃 장식이 쏟아져 나오는 룩도 눈에 띄었다.
생 로랑
안토니 바카렐로는 창립자가 그 어떤 색보다 사랑했던 골드 컬러로 생 로랑에서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바카렐로는 골드를 마무리 포인트로 사용하는 대신, 2027 봄/여름 룩 전체를 라메, 브로케이드, 레이스, 심지어 금박을 입힌 라텍스까지 다채로운 골드 빛으로 물들였다. 피날레 워킹 중 샬롯 갱스부르가 관객을 향해 “당신은 너무나도 이브 생 로랑입니다”라는 가사를 반복하며 노래를 불렀다. 에펠탑의 불빛 아래 펼쳐진 이번 쇼케이스에는 로제, 조 크라비츠(Zoë Kravitz), 헤일리 비버(Hailey Bieber) 등 수많은 셀러브리티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안리아레이지
항상 독창적인 방식으로 기술을 활용해 온 모리나가 쿠니히코는 안리아레이지의 파리 진출 25주년을 맞이하여, LED 디지털 스킨과 색상 및 색조가 변하는 전자 종이 비늘을 활용한 ‘SKIN’ 컬렉션을 선보였다. 쇼는 매끄러운 올인원 보디슈트로 시작되어 한지, 울트라스웨이드 비늘, 벗겨지는 스팽글 등을 패치워크한 복잡한 피스로 이어졌다. 뒤이어 수천 개의 E 잉크 비늘로 뒤덮인 갑옷 같은 6벌의 이브닝드레스가 등장했는데, 다채로운 색을 뿜어내던 드레스는 이내 회색으로 희미해지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